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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D.P. 시즌2’가 묻다 “뭘 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최근 드라마 ‘D.P. 시즌2’를 공개했다. 주말 사이 몇몇 단체 메시지방에서는 정주행 소감이 올라왔다. 2년 전 드라마가 나왔을 때 또래 남성들을 만날 때면 디피 아니 군대 후일담을 들어야 했다. 누가 더 힘들었는지 ‘병영 부조리 올림픽’이 펼쳐지고, 누군가는 그걸 훈장처럼 안주 삼아 말하는 분위기가 달갑지 않았다. 그 무렵, 직장이 가깝고 나이도 같아 종종 연락하는 군대 선임을 만났다.   그는 드라마 첫 회를 보다 현기증이 나서 더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일부 선임은 그가 살이 쪘다며 가슴을 움켜쥐고 폭언을 일삼았고, 그의 뺨과 뒤통수를 때렸다. 나는 잊어도, 그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나중에 혹독하게 살을 뺀 건 모멸감의 영향도 있던 것 같다. 내무실에서 그가 고통받을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하는 그가 안타깝다’는 생각?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드라마 속 준호(정해인)처럼 나서서 선임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2년 전 드라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자 국방부는 “병영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얼마 뒤 해군 일병이 부대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드러났다. 최근에도 구명조끼를 받지 못한 해병대 병사가 숨진 소식을 듣자 해병대 전역자들은 “변한 것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0일부터 최근 1년간 군인과 군무원 147명이 사망했다. 이중 극단적 선택이 66건(44.9%), 병사 54건(36.7%), 사고사 27건(18.5%)이었다.   시즌1에서 벌어진 사건 탓에 실어증에 걸려 군 병원에서 지내는 호열(구교환)은 태블릿 PC에 ‘뭘 할 수 있는데’란 말을 쓴다. 디피의 원작자이자 드라마 각본을 맡은 김보통 작가는 2021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디피를 많이 보면 좋겠다. 그래서 군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며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며 둔감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뭘 할 수 있는데’란 호열의 물음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답은 둔감함이 아닌 예민함에서 나올 것이다. 비단 군대 문제뿐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 수는 2223명으로 1년 전보다 143명(6.9%) 늘었다. 산재 사망자 수는 2019년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2020년)다. 또 ‘당하는 이들이 안타깝다’는 생각,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되는데, 자꾸 늘어나거나 1위를 하니 둔감해지는 것들이다. 여성국 / 한국 IT산업부 기자시선 2035 시즌 생각 드라마 드라마 각본 군대 선임

2023-08-02

[시선 2035] 그 아이들을 아무도 몰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출생신고 없이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다. 4남매를 키우던 엄마가 어느 날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친부에게 돈을 빌리고, 그러다 구걸하고, 그러다 훔치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막내가 죽자 아이들은 시신을 가방에 담아 공항 근처에 묻는다. 영화는 1988년 일본에서 있었던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실제 사건에선 2살 막내가 덤불 숲에 묻혔다.   장남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는 2004년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엔 기훈(송새벽)이 이 영화를 언급하며 “5분 보다 꺼버렸다. 못 보겠더라. 나 TV 부숴버린다. 내가 TV 속에 들어가 저 애들 끄집고 나와 내가 키워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기훈 말대로 끝까지 참고 보기 힘든 영화다.   ‘임시번호 22xxxx-4, 생후 76일경 영양결핍으로 사망, 그간 병원진료나 복지혜택에서 소외.’   ‘임시번호 15xxxx-4, 출생 직후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유기.’   영화보다 더 아픈 현실이다. 이름 대신 임시번호가 붙은 영아들이 대전에서, 사천에서, 냉장고에서, 텃밭에서 뒤늦게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다. 감사원이 올해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출생신고가 안 돼 임시신생아번호로만 기록된 아동 2236명을 추적조사한 결과다. 2015년에 숨진 아이도 있다. 국수본은 7일 미신고 영아 사건 780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법제화했다. 다행이지만, 근본적 해법이긴 어렵다.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도 있고, 현행 제도·인력으론 아동 방치를 꾸준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아이를 죽인 엄마만 엄벌한다고 영아 살해가 없어질지도 의문이다. 스가모 사건에선 방치된 아이들의 아빠가 서로 달랐는데, 경찰서를 직접 찾아간 엄마만 처벌받았다. 한국에선 친부가 “낙태한 줄 알았다”라거나 행방이 묘연한 경우도 있다. “낙태 비용이 너무 비쌌다”는 진술엔 2019년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고도 4년째 입법 공백으로 제도적인 지원이 전무한 임신중절 문제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난 2월 산모의 익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호소해 야당의 호응을 받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을 소개한 적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김 의원을 마주쳤다. 둘 다 “이제라도 논의돼서 다행이다”라고 했다가 “다행이라고 해도 될지…”라고 말을 흐렸다. 그 아이들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성지원 / 정치부 기자시선 2035 아동 방치 보호출산제 도입 영아 살해가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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